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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오후에요.
점심에 시원한 콩국수 한그릇을 먹고 덕수궁 한바퀴를 돌아보고 왔습니다.
보통 2시부터 마감을 시작하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는 빠르게 지나가는군요.

기자생활하다보면 새로운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나는데, 요즘에도 "어떻게 러시아에서 공부했어요?"라고 묻는 질문을 자주 듣습니다. 명쾌한 답변이 될진 모르겠으나, 2004년 1월의 어느날 캐나다 밴쿠버에서 잠시 연수하면서 미니홈피에 적어뒀던 일기를 대신해서 올려봅니다.

요즘 무척 러시아 생각이 많이 납니다.
주말에 집에 다녀왔는데 어머니께서 1997년 여름, 같이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를 여행하면서 찍었던 사진들을 보여주시더라고요. 러시아에 혼자 가서 적응하다가 1997년 여름에 엄마가 한달정도 오셨었죠. 어찌나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는지... 사진 속에 엄마랑 다정하게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추억을 더듬어봤습니다. ^^;;

아래 글은 제 미니홈피에서 퍼왔고요, 혹시라도 맞춤법 띄어쓰기가 잘못되었으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2004년 초에는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 전이라, 지금보다 더 글재주도 없었고 띄어쓰기 맞춤법도 엉망이었으니까요. ㅠㅠ
다음에 짬날 때 제가 교열 다시 보도록 하겠습니다. (부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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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러시아에서 공부한 이유?

유학생활을 하면서 참 많이 들은 질문이다.
"어떻게 러시아 , 모스크바까지 가서 공부하게 됐어요?"
질문의 의도에는 , "춥고 배고픈 나라에서 어떻게 사냐?"
라는 반응 아니면, 정말 의외라는 반응에서 묻는 질문들이다.
한국 사람에게는 한국어로, 러시아 사람에게는 러시아어로
수백번 수천번씩 받은 질문이고, 답해온 말이다.
그런데 캐나다..
이곳에서 역시 난 똑같은 질문들에 답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이제 지겨운 차원이 아니라, 어느세 반복적인 대답에
내가 할 말을 외우고 있다는 것.. 나 스스로도 참 놀랐다.

러시아!
난 러시아를 무한한 잠재력을 갖은 나라고 말한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붕괴 이후 , 자본주의 체제를 도입하며
과도기에 있는 러시아.
그 나라가 갖고있는 무한한 자원과, 1억 5천만이라는 인구와
한반도의 77배나 되는 땅덩어리는 .. 과연 무시할 수 없다.

혹독한 추위때문에, 한때는 눈이라면 질색을 할만큼 겨울이 싫었다.
하지만 미운정이 싸이면... 고운정보다 무섭다는 사실을 그대는
아는가?... 난 지금 겨울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눈도 좋아한다.

난 러시아에 내 젊음 (지금도 젊지만) 좋은 시절을 투자한것이다.
10년후, 20년후,, 그리고 50년후가 된다고 하자.
언젠가는 일어설 나라... 그 날을 보면서, 이 나라에 대한 사랑을
키워갔다. 그리고 지금도 그 나라가 잘 되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한 사람이다.

"살아보지 않고는 말하지 마라!"
어제 학교에서 워크샾을 하는데, 한국 여학생이 나에게 다가와서
영어로 " 당신의 전공이 러시아어 인가요?" 묻길래, " 내 전공은
러시아어가 아니라 저널리즘이고 , 저는 러시아에서 공부했어요."
라고 답했더니, 그 여학생이 자신의 전공이 러시아 어라고 했다.
나에게 러시아 인사말을 건네며 "즈드라스뚜뿌이쩨, 미냐 자붓
**" 라고 소개를 했다. 하지만 .. 러시아 사람들은 아무도
"즈드라스뚜뿌이쩨" 라고 또박 또박 발음하지 않는다..
그건 완전 한국식 러시아어 발음다.
내가 러시아어로 " 학부 몇학년이세요?" 물었는데.. 그녀의 대답.
"취뜨리.."(4학년) ㅠ.ㅠ 문법의 격 마저 무시하고 말하는 그녀의 대답에 사뭇 놀랐다.
전공이고.. 한국에서 공부하면 적어도 문법은 완벽해야 하는것 아닌가.. 그러면서
그녀가 말했다.
" 나는 러시아가 싫어요."
난 그녀에게 아무말도 안했다..

그녀는 충분히 러시아를 싫어할 수 밖에 없다.
미안한 말이지만.. 과학을 잘 하는 학생이 과학 수업시간을 싫어할
리 없고, 악기를 잘 연주하는 사람이 음악을 싫어할 수는 없는거다.
가본적도 없는 나라. 그리고 단순히 한국에서 배운 얇은 지식으로
"싫다,좋다" 를 가볍게 내뱉을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했다.
나는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친구중에 미국 줄리어드 음대를 곧 졸업하는 애가 있다.
내가 아주 어렸을때, 그 친구는 일찍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그 친구의 유학생활이 힘들고, 외로울때마다 난 가끔 편지나
소포, 전화를 해줬었다. 왜냐면.. 나 또한 오르고 싶던 유학길을
그 친구가 훨씬 먼저 올랐기 때문에..

3년동안 아빠는 유학가겠다는 나를 말렸었다. "너무 어리고, 여자
아이기 때문에 안된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3년만에 아빠 승낙을 얻어내고 , 올랐던 유학길이 바로 러시아였다.

왜 하필 러시아?

미국으로 가는 유학생들은 참 많다. 하지만 러시아는 없다.
그렇지만 그게 꼭 나쁜건 아니다. 내가 조기유학 갔을때만 해도
조기유학생들이 없었다. 처음에 내가 모스크바가 아닌 다른
도시로 갔을때는 , 내 친구인 바이얼린 덕분에 가게 된거니까.
바이얼린을 전공해볼 생각이 추어도 없었다. 그런데 취미삼아
계속 배어왔던 바이얼린으로 유학길에 오르게 됐고, 몇개월만에
바이얼린 덕분에 지방도시에서, 모스크바로 이전하게 됐고
전공을 공부로 바꿔서 , 원래 내가 하던 공부를 했다.
그리고 이듬해해 대학을 갔다.

남들이 안하는거 한다고 이상한게 아니다.
오히려 남들이 안하는 것을 잘 살렸을때, " 희소가치" 가 있다는게
내 생각이고 주장이다. 어제 워크샾때도 , 새로 만난 선생님께
"어떻게 러시아에서 공부했냐?" 는 질문을 받고, 내가 가게된 이유와
내 생각을 들은 선생님은 나에게 누구보다 특별한 관심과 호의를
배풀었다.

더이상 난 " 러시아에서 어떻게 공부했어요?" 왜 러시아에요?"
라는 질문이 귀찮지 않다. 내가 밖에서 공부할때 아빠가 내게
한말이 있다.
" 네 행동, 내 말 한마디가 한국에 대한 이미지다." 몇년이 흐른
지금에와서는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 내 행동, 내 말 한마디로
나의 제 2의 고향인 러시아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주고싶다."

캐나다와 러시아의 공통점.. 참 많다.
넓은 대지, 동토의 땅 , 곳게 뻣은 나무와 푸른 삼림자원
풍부한 전기와, 넘쳐나는 물..
사람들이 갖고 있는 마음의 여유

차이점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친절한 케네디언에 비해
모든 사람들에게 퉁명한 러시아인들
작고 아담한 건물들과 , 현대식 건물들만 있는 캐나다에
고풍스러운 멋과 역사를 자랑하는 건물이 있는 러시아..
하지만 이 두나라 역시 , 시대가 안고있는 "취업 문제/ 실직자
해결"등으로 머리 싸매고 있는건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나에게 " 경제적인 부가 , 절대적 부가 아니다."는
것을 가르쳐준 나라이다. 그래서 " 삶의 질" 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해봤고, "어떻게 하면 잘 사는것인가?" 생각도
해봤다..
앞으로 캐나다에서 내년 봄까지 공부하게 될 것 같은데
이 나라는 나에게 또 무엇을 가르쳐줄지 기대가 된다.

마지막으로 이틀전 학교 캠퍼스에 "로즈가든" 을 거닐며 느낀
것을 나누고 싶다.

푸른 잔디들이 무성하지만, 계절상으로 여기는 겨울이다.
비가 많이 내리다가, 이틀전 정말 운좋게 멋진 하늘을 보았다.
점심시간에 바다가 보고싶어서, 경치가 보이는 쪽으로 걷는데
로즈가든이 나왔다. 그곳에는 가시들로만 무성했다.
장미 꽃과 꽃잎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곳
을 아름답다라고 말한다. 물론 지금 가시들이 아름답다는 것이
아니라.. 비맞으며 , 비 바람을 이기고, 해가 뜨면 햇빛을 먹으며
조금씩 자라서 , 여름에는 아름다운 장미들로 가득할 "로즈가든"
을 기다리는 것이다..

장미는 핀다. 반드시 핀다.
비 바람을 이기고, 태양을 빨아들이며.. 아픔의 가시밖에 없는 지금
이지만.. 아픔을 통해 , 반드시 아름다움으로 승화할 장미들..
나는 내 삶에 그런 로즈가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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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s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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