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료쉬까. *^^*
양파 껍질처럼 끊임 없이 계속해서 작은 인형이 나오는 이것은 '마트료쉬까'입니다.
모스크바 시내 중심의 아르바뜨 거리나, 레닌언덕, 벼룩시장(이즈마일로프스키 빠르크) 등 관광객의 발걸음이 많은 곳엔 언제나 마트료쉬까가 있지요.
14년 전, 마트료쉬까를 처음 봤을 때는 "러시아 아줌마들이 뚱뚱해서 인형을 똑같이 만들었나?" 생각했는데, 작은 인형이 나와도 역시나 배는 들어가 있지 않더라고요. 러시아 여성들은 20대까지는 모델처럼 늘씬한데, 이상하게 결혼하고 아이만 낳으면 몸빼바지가 잘 어울리는 뚱뚱한 체형으로 변했지요.
한번은 러시아 친구랑 얘기를 하다가 "러시아 여자들은 왜 나이먹으면 하나같이 다 뚱뚱하냐?"고 물었더니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며 반박을 하더라고요. 자기 어머니도 날씬하시고, 이모도 날씬하고...
1990년대 후반부터 러시아에도 '다이어트' 열풍이 불었지요. 지하철 칸칸마다 광고에는 "일주일만에 10키로 감량", "먹기만 해도 살빠지는 약" 등 체중감량 식품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경제 규모가 커지고, 국민 소득이 올라갈 수록 건강을 신경쓰고, 체중 조절에 관심을 갖게 되잖아요. 러시아도 그렇게 점점 변해가더라고요.
새끼 손톱만큼 작은 마트료쉬까도 뚱뚱하고, 팔뚝만큼 큰 마트료쉬까도 뚱뚱한데...
그렇다면 마트료쉬까는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요?
러시아의 마트료쉬까는 다산(多産)을 뜻합니다.
러시아는 넓은 영토에 비해 인구가 적지요. 남북한 합한 영토의 77배나 되는 러시아에 겨우 1억 5천만명이 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저출산 문제로 러시아 인구가 1억 3천만명까지 줄었다는 보도도 나왔어요.
러시아 사람들은 결혼을 빨리하는 편입니다. 그만큼 이혼률도 높고, 낙태도 많이합니다. 그래서인지 미국이나 유럽으로 정말 많은 아이들을 입양시키죠. 예전에 한국과 러시아가 해외 입양 1,2위를 서로 다퉜다는 얘길 들은 기억이 납니다.
러시아는 1812년 나폴레옹 전쟁이나, 1941년 세계 2차대전을 겪으면서 수많은 사상자를 냈고, 전쟁에 참전한 남자들이 많이 죽어 나가면서 여성이 중심이 되는 사회로 바뀌어 갔습니다. 그래서인지 '마트료쉬까'라는 인형을 보면, 가족이 많고, 가족이 건강한게 가장 큰 행복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에도 마트료쉬까 모양의 핸드폰 열쇠고리, 편지지, 카드 등 다양한 아이템들이 나오는데 마트료쉬까를 볼 때마다 그 의미를 되새겨보게 됩니다. 우리나라도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먹고 살기 힘들다고, 자식을 짐 처럼 생각하며 "돈 없어서 애 못 낳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볼때면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지요.
화요일 저녁. 퇴근을 앞두고 '마트료쉬까'가 생각나서 몇자 적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돌아봐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