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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2월 22일자 경제1면
"어려울 때 도와준 친구" 삼성제품 7개 1위
[루스끼를 감동시킨 한국제품] (중)
삼성전자 깔루가 공장 풀가동…TV 年350만대 생산
러시아 국민들 "모라토리엄때 투자 늘린 기업" 큰호감

모스크바= 글ㆍ사진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러시아 깔루가주 삼성전자 공장 직원들이 TV 모니터의 완제품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서 서남쪽으로 86km떨어진 깔루가주 보르시노시. 모스크바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남짓 달려야 하는 이곳에 최첨단 시설을 갖춘 삼성전자 TV공장이 있다. 삼성전자가 2억 달러를 들여 2008년 완공한 이 공장은 47만㎡ (14만3,000여평)로 연간 350만대의 TV를 생산하고 있다. 이중 80%는 액정화면(LCD) TV, 20%는 발광다이오드(LED) TV다. 현재는 TV만 만들지만 앞으로 세탁기, 냉장고 등 생활가전 제품까지 생산할 계획이다.

바깥 온도는 영하 30도를 오르내리지만 공장 내부는 완전 다른 세상이었다. 실내 온도는 작업 환경에 가장 적합한 영상 23~26도를 유지하고 있고, 눈으로 덮여 걷기조차 힘든 외부와 달리 공장 실내 바닥에는 티끌 하나 찾을 수 없다. 사소한 티끌 하나가 제품 품질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장 내 가장 큰 생산라인은 TV 외관을 만드는 사출 공정이다. 거대한 고무원료통에서 쌀알만한 검은색 고무를 녹인 뒤 리모콘부터 63인치 TV 외관까지 갖가지 부품을 크기 별로 제조한다. 자동화된 사출 공정은 1년 내내 잠시도 쉬지 않고 작동하며, 최종 품질검사만 3교대로 일하는 직원들이 한다.

로봇들이 줄지어 늘어선 표면실장부품(SMDㆍSurface Mount Devices) 생산 시설은 TV 회로판 위에 부품을 장착하는 곳이다. 0.09초만에 부품 1,000개를 꽂는 로봇들이 하루에 제조하는 TV 회로판은 8,000장에 이른다.

주로 품질검사와 마무리 손질에 투입되는 공장 직원들 또한 시계추처럼 바삐 움직였다. 보통 러시아인들은 오전 10시에 출근해 2시간 동안 점심을 먹고 오후 6시에 정시 퇴근하지만 이 곳 직원들에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수아꼬프 알렉 깔루가 공장 관리자는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1초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며 “다른 직장보다 업무 강도는 세지만 직원들 모두 삼성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이 강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 곳에 대규모 TV공장을 건설한 것은 러시아 정부의 제조업 강화정책과 맞물려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2008년 경제위기 직전에 “러시아에 완제품만 수출해 수익만 챙기고 투자를 하지 않는 외국 기업은 규제를 강화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삼성전자를 비롯한 외국계 기업들이 현지에 생산 공장을 잇따라 지었다.

그 중에서 삼성전자는 남달랐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택한 것이다. 공장 직원 1,300명 대부분을 깔루가 지역 주민들로 채워 주민들은 지금도 “삼성전자가 지역 실업난 해소에 일조했다”며 고마워 한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가족적인 회사 분위기를 만드는 데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취재차 방문한 날에도 공장에서 특별한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공장 내 의무실에서 일하는 간호사 이리나 브도비나씨의 생일 축하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한국인 직원들도 함께 했다. 노성원 삼성전자 깔루가 공장 인사부장은 “기념일을 중시하는 러시아인의 문화와 정서를 감안해 점심 시간 직전에 이런 모임을 허용한다”며 “반면 일하는 것은 삼성 스타일에 맞춰달라고 요구해 직원들도 잘 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현지화 전략은 오래 전부터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삼성전자는 1989년 한ㆍ러수교 체결 이전에 러시아 시장에 진출, 1990년 4월 모스크바 지점을 개설한 바 있다. 1999년 4월에는 크렘린 인근에 삼성전자 러시아 법인을 설립하고, 푸틴 집무실 앞에 정면으로 보이는 국립도서관(레닌도서관) 위에 초대형 ‘삼성’ 광고판을 세우기도 했다

1998년 러시아가 외환위기로 채무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했을 때 소니 등 다른 해외기업들은 러시아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삼성은 마케팅, 광고 및 각종 후원비를 아끼지 않았다. 지금도 러시아인들은 어려웠던 시절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삼성을 고마워하고 있다.

덕분에 러시아에서 삼성에 대한 호감도가 급속히 올라갔다. 러시아인 10명중 4명은 삼성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고, 10가구 중 3가구는 삼성 TV와 전자레인지를 쓰고 있다. 삼성전자가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는 제품도 7가지나 된다. 서치원 삼성전자 CIS 총괄 전무는 “그 동안 톨스토이 문학상, 볼쇼이극장, 30여개 고아원 후원 등 문화복지 사업을 강화해 러시아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줬다”며 “여기에 정직한 품질과 확실한 사후관리(AS)가 뒷받침되면서 러시아 국민브랜드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Posted by mos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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