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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랴그호. 러시아가 비록 러일전쟁에서 패했지만, 바략그호의 정신은 러시아인들을 하나로 결속시켜주는 큰 연결고리가 됐다고 합니다. 2000년대 이후에 바랴그함과 관련된 러시아 영화도 만들어져 흥행을 했었다고 하는데,  바랴그호 관련 기사가 있어서 모아봤습니다.



[오늘의 세상] 러일전쟁(1904년)때 수장된 러 전함 깃발, '사실상 반환'

허윤희 기자 ostinato@chosun.com

입력 : 2010.11.02 03:00

G20 정상회의 때 '2년 대여' 형식
러일전쟁 제물포해전서 자폭한 러시아 함선 바랴그호 유물, 인천시립박물관이 보관 중…
문화재보호법상 반출 안되지만 추가 연장 적극 논의 하기로

1904년 2월 9일, 인천 제물포항에 정박해 있던 순양함 '바랴그(노르만인)호'와 포함(砲艦) '카레예츠(한국인)호' 등 러시아 전함(戰艦) 두 척이 일본 전함 14척의 기습을 받았다. 20세기 초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결정지은 러일전쟁의 개전(開戰)이었다. 격전 끝에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러시아 전함은 항복하는 대신 스스로 자폭(自爆)을 택해 장렬한 최후를 맞았다. 일본 해군은 가라앉은 바랴그호에서 함선 깃발과 포탄·포탄피·총·닻 등 14점을 수거해 인천향토관에 보관했고 이 유물들은 광복 후 1946년 인천시립박물관이 개관하면서 인수했다.

러일전쟁 당시 인천 앞바다에 수장됐던 러시아 전함의 깃발이 106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간다. 인천시는 러시아가 그동안 반환을 요구해 오던 바랴그호 깃발을 오는 11~12일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때 러시아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러시아에 '2년 대여' 형식으로 돌려줄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 러일전쟁 당시 인천 앞바다에 수장됐다가 106년 만에 조국에 돌아가는 러시아 전함 ‘바랴그호’ 깃발.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인천시는 "바랴그호 깃발은 국가지정 문화재는 아니지만 문화재보호법의 규정에 따라 '2년 대여' 형식으로 돌려주기로 했다"며 "형식은 '2년 대여'이지만 얼마든지 추가 연장이 가능한 '사실상의 반환'"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재보호법은 '비지정 문화재라도 동산(動産)문화재의 경우 국외로 수출하거나 반출할 수 없고 다만 전시 목적으로 반출할 경우 2년 이내에 다시 반입한다는 조건으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올해 한러수교 20주년과 G20 개최를 계기로 '사실상 반환'이라는 결단을 내렸고, 앞으로 학계·문화계, 중앙정부와 추가 연장을 적극 논의해 나가겠다"며 "러시아에는 우리나라 독립운동에 관련된 유물과 사료가 많아 이들을 대여받아 전시하면 우리나라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랴그호 깃발'은 가로 257㎝, 세로 200㎝ 크기이며 러시아 국민에게는 조국에 대한 헌신과 희생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러시아 역사 교과서는 바랴그호에 대해 '비록 전투에서는 졌지만 전쟁에서 승리한 것보다 더 러시아인의 혼을 빛냈다'고 가르친다.

 

▲ 지난 2월 9일 인천 앞바다의 해군 초계함 ‘부천함’ 함상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대사 등 러시아 참석자들이 러일전쟁 당시 자폭했던 러시아 전함에 탑승했던 해군 장병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러시아 해군은 1989년 최신 순양함에 '바랴그호'라는 이름을 붙였고 1996년부터 매년 2월 9일 인천항을 찾아와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 2004년에는 인천 연안부두 친수공원에 바랴그호 등에 승선했던 러시아 병사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비가 세워졌고 제막식과 추모행사가 열렸다. 러시아는 2000년대 들어 바랴그호 깃발의 존재를 알게 된 뒤 계속 반환을 요청해왔으며, 지난해에는 바랴그호 관련 유물들이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 9개 도시에서 순회전시됐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모든 유물은 제자리에 있을 때 가장 빛을 발하는 것이다. 이번에 인천시가 바랴그호 깃발을 조건 없이 흔쾌히 반환하면 양국의 실질적 관계 발전에 크게 기여할 뿐 아니라 세계 문화재 반환의 역사를 새로 쓰는 뜻깊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수대] 용사의 진혼

[중앙일보] 입력 2010.04.28 00:08 / 수정 2010.04.28 00:33


1904년 2월 9일 오전 제물포 앞바다에서 순양함 6척과 어뢰정 8척의 일본 함대가 불을 뿜었다. 항복을 거부한 러시아 함정 ‘카레예츠’호와 ‘바랴그’호를 향해서다. 러시아 수병들은 최후를 각오하고 항전했지만 중과부적(衆寡不敵). 러시아 함장은 스스로 급수용 판을 열어 바랴그호를 수장하고, 카레예츠호를 폭파한다. 함정이 전리품으로 일본군 손에 넘어가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러일전쟁의 발발을 알린 제물포 해전이다(가스통 르루, 『러일전쟁, 제물포의 영웅들』).

열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싸웠던 러시아 용사들은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그들의 얘기가 교과서에 실렸고, 해군 생도들에겐 조국애의 상징이 됐다. 한·러 수교 이후 매년 전투해역에서 진혼(鎭魂) 의식이 치러지고, 2004년엔 인천에 러시아 수병 추모비가 건립됐다. 10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에도 수병의 넋을 향한 ‘진혼’은 멈출 줄 모른다.

싸움터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병사들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은 인류 공통의 의례(儀禮)다. 해마다 10월이면 전남 해남군 문내면 울돌목 앞에선 씻김굿이 벌어진다. 왜군과의 싸움에서 숨진 조선 수군의 영혼을 불러내 위로하는 진혼 행사다. 6월에는 한국전쟁 격전지였던 강원도 화천 ‘비목(碑木)의 계곡’에서 무명용사의 넋을 기리는 진혼무(鎭魂舞)가 펼쳐진다. 19세기 말 북미 인디언 파이우트족도 망자(亡者)를 위한 진혼무를 행했다. 쓰러져간 병사들이 묻힌 땅에서 되살아나 부족이 황금기로 다시 돌아갈 것이란 믿음에서였다.

동서고금의 시인들은 전장(戰場)에서 목숨을 던진 용사들을 영웅으로 기렸다. 중국 초나라 시인 굴원(屈原)이 전사자를 애도한 노래 또한 그러하다. ‘진실로 용감하고 또한 무예도 뛰어나며(誠旣勇兮又以武)/ 끝내 굳세고 강하니 능멸하지 못한다(終剛强兮不可凌)/ 육신은 이미 죽었어도 정신은 영험하니(身旣死兮神以靈)/ 그대 혼백이여, 귀신 가운데 영웅이다(子魂魄兮爲鬼雄)’(지영재 편역, 『중국시가선』).

 

‘천안함 46인 용사’의 전국 합동분향소에 추모객의 발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 애도의 눈물은 천안함 용사들의 영혼을 달래는 온 국민의 진혼무요, 진혼곡이다.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46인의 영웅들은 국민 마음속에 길이 남을 것이다. 이제 부디 편히 잠드시라. 그리고 호국신(護國神)이 돼 조국의 바다를 끝까지 지켜주시라.

김남중 논설위원

Posted by mos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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