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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16일 오전 10시.
서울 고등법원 312호. 1980년 '진도 간첩단 사건'으로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말 없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던 한 어부의
아내가 법정에 섰습니다. 진도 간첩단 사건의 마지막 피고인이자 사형집행 된 고 김정인씨의 재심 선고날이었습니다.
30년전 갑작스레 남편을 떠나보낸 한화자(67)씨는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하여 조용히 법정으로 올라왔습니다

80년 진도 임해면 어촌 마을에 살던 일가족이 6ㆍ25때 월북한 고 김정인씨의 외삼촌을 10년간 간첩 활동했다는 혐의로 중형 선고받은 사건입니다. 무기징역 받은 다른 피고인들은 지난해 1월 재심서 무죄 선고 받았고, 김정인씨 재심 선고만 남았습니다. 

담당 부장판사가 말을 합니다. 
"1980년 8월, 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체 김씨를 불러다 고문수사한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인은 일관되게 심한 고문으로 자백을 했다고 증언을 했습니다. 인간으로서 견디기 힘든 고문을 받았고, 허위로 자백했고, 간첩죄가 성립되어 사형선고가 집행됐습니다. 무고한 생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중략)
다시는 이같은 사건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판결로 인하여 사법부의 그늘진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있도록 조금이도 바로 세울수 있다는 것에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고 싶습니다. 피고인은 무죄임을 판결합니다."

한화자씨의 어깨가 흔들렸고, 이 판결을 지켜보던 한씨의 딸들도 흐느꼈습니다.
법정은 숙연해졌고, 부장 판사가 억울한 한씨를 위해 편지를 꺼내 읽었습니다.

"30년전 남편을 잃고 자녀들을 혼자서 키우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습니가.그래도 자녀들을 너무나 훌륭하게 키워오셨네요. (무고한 사람을 억울하게 사형시킨) 이런 판결을 한 대한민국을 사랑하시겠습니까?
그동안 수고하셨고, 너무나 고생하셨습니다."

한화자씨는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폭포수같이 쏟아지는 그녀의 눈물을 보면서 
판사도 울고, 가족도 울고, 또 울었습니다.

법정에서 흐느끼는 한화자씨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30년간 남편 없이 5남매를 키우며 힘들게 살아온 그분의 눈물에는
인생의 아픔과 기쁨, 슬픔과 고통 등 많은 사연들이 녹아져내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한화자씨가 조용히 말을 합니다.
"큰 아들 고등학교 1학년이고 막내는 3살때 이 일을 당했어요. 내 몸을 녹여서 자식을 키웠고, 내 고통은 하나님께서 아셨지요. 정말 24시간 돈버느라, 돈벌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서 견뎌왔어요. 지난 30년이 세월이 너무너무 기가 막히죠. 
그래도 내 자식들의 억울함, 남편의 억울함은 벗어주고 싶었어요. 항상 기도했습니다. 남편이 이 혐의에서 벗어나 자식들 앞길을 막지 않도록, 자녀들 앞날을 열어달라고. 너무 기쁘고, 한편으로는 어찌 해야할 바를 모르겠네요.
그 사람도 천국에서 기뻐 뛰겠죠."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마음이 짠했습니다.
그동안 '진도 간첩사건'을 사회면 기사로 접할 때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죄없는 사람들을 고문하며 혐의를 뒤집어 씌운 '대한민국'을, 그 대한민국을 사랑할 수 있겠냐는 부장판사의 한마디가 
가슴을 울립니다.

오늘은 서초동에 비도 오고, 마음이 짠해서 두서없이 글을 적어봤습니다.
진도간첩사건과 관련해서 '서울신문' 정은주 선배가 정리한 글을 추천합니다.

http://ejung.blog.seoul.co.kr/165

저는 오늘 재심 판결만 지켜봤을 뿐입니다. 정은주선배 글을 읽어보니 오늘 아침에 흐느꼈던 그분의 눈물이 더 깊이 마음에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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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s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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