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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인터넷 실명제’ 거부한 구글코리아 이원진 대표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을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제도다. 힘 없는 사람이 목소리를 내는 공간을 빼앗으면 인터넷의 순기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15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구글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이원진 구글코리아 대표이사(42)는 단호하고 확신에 차 있었다.

표현의 자유는 사용자를 위해선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는 얘기였다.

구글코리아가 지난 9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따라 의무화된 실명제를 거부하고 유튜브 한국 사이트에는 동영상이나 댓글 등의 게시물을 올릴 수 없도록 한 것도 그 원칙에 입각한 당연한 결정이었다.

구글코리아의 실명제 거부는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유튜브가 한국 정부와 ‘고양이와 쥐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비유하는 등 국내외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논란을 제기했다.

이원진 대표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결정했다면 실명제를 도입하는 게 맞지만 인터넷 이용자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제도였다”면서 “그동안 인터넷이 만들어 왔던 많은 장점들을 훼손시킬 수 있는 사안이어서 신중하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실명제 도입을 안 한다고 발표한 뒤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한국 사업을 접으려고 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면서 “우리는 반대로 한국 시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길게 보고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정부의 정책이나 결정을 무조건 따르면 사업하기 편하다. 사실 웬만하면 (정부)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하지만 구글은 사용자 위주로 결정한다는 원칙이 있고, 그 원칙을 깰 순 없었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2007년 처음으로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직원은 150명이 전부다. 이제 겨우 3년차 회사로, 유튜브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5%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코리아가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대표는 “네티즌이 있기에 인터넷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실명제를 거부한 뒤 게시판에 네티즌들의 응원 글이 쏟아져 나왔다. 내용을 읽으면서 표현의 자유야말로 사용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이 대표는 인터넷 실명제 도입으로 자칫 동영상 시장이 침체되진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서 우리가 얻은 것을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다”며 “인터넷에 바운더리(경계선)를 나누고, 사업을 규제의 틀로 묶기 보다는 인터넷 활성화를 위해 더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글은 포털 네이버나 다음처럼 메인 화면에 광고를 하지 않는다.

이 대표는 “메인에 광고 넣고 배너광고 몇 개 달면 매출을 확 끌어 올리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러나 돈을 좇다보면 사용자(네티즌)가 떠난다”면서 “메인 화면에서 사용자들이 가장 빨리, 많은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연구하다 보면 매출은 자연히 따라 온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많은 리스크(위험부담)가 있겠지만 조급해하지 않겠다”면서 “검색의 차별화를 통해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검색되고 활성화된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글 임현주·사진 김정근기자 korearu@kyunghyang.com>
  2009년 4월 16일자 경향신문


 

Posted by mos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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