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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블로그를 방문했습니다.

2006년 9월 경향신문에서 사회부 기자로 경찰서 마와리를 돌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9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2010년 한국일보로 옮겨 산업부, 사회부(검찰)를 출입했고, 2011년 중앙일보, 같은 해 9월 MBC로 이직해 자리를 잡았습니다.

모스크바 유학시절 러시아 특파원들이 오보를 많이 내는 것을 보고 외교에 있어 언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많이 생각하게 됐었습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 같으면 정정보도라도 요청할 수 있을텐데, 러시아 특파원의 오보는 국민의 무관심 속에 마치 모든 게 사실인양 확대 재생산되는 기사들이 참 많았습니다. 모스크바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기본적인 러시아어 회화도 안되는 기자들도 참 많았고, 한국에선 발로 뛰는 기자라고 하면서 러시아에선 흔히 우라까이(베껴쓰기)만 잘하는 기자도 봤습니다.

2001년 모스크바에서 MBC 통신원, 중앙일보 모스크바 통신원을 하면서 러시아 전문기자라는 꿈을 갖게 됐고, 중 고등학교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에 들어와 소위 언론고시라는 기자 시험을 준비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 주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러시아 관련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습니다. 사람들의 인식 속에 강하게 박혀있는 이미지를 쉽게 바꿀 수는 없지만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내 주변의 사람들부터 선입견 없이 그 나라를 바라볼 수 있도록 내가 느낀 러시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뉴스데스크에서 뉴스플러스로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 70주년 관련 리포트를 제작하면서 그동안 배우고 느꼈던 러시아에 대해 작으나마 자세히 소식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멀고도 가까운 모스크바'는 중앙일보 통신원으로 조인스닷컴에 글을 올리면서 사용했던 일종의 타이틀 입니다. 서울에서 9시간이면 모스크바에 도착할 수 있는데 우리 마음속엔 미국이나 파리보다도 가까운 러시아가 참 멀게만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햇수로는 기자된 지 10년인데, 의미있는 기사, 기억에 남는 기사를 꼽으라면 러시아 관련 보도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008년 4월 첫 한국 우주인 탄생 취재, 2011년 체르노빌 취재, 북러 정상회담 취재, 2012년 러시아 운석우 취재,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등...

그 중 가장 잊지못할 단독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  *  *

 

“소연을 시작으로 한국이 우주서 큰 꿈 펼치길”

ㆍ소유스 발사 지켜본 세계 첫 여성우주인

8일 우주선 소유스호 발사 1분 전. 우주 발사대에서 1.5㎞가량 떨어진 관람대에는 이소연씨의 성공적 임무 수행을 응원하는 한 선배 우주인이 있었다.

세계 최초 여성 우주인 발렌티나 테레시코바(가운데)와 첫 우주 유영에 성공한 알렉세이 레오노프(오른쪽)가 8일 소유스 우주선 발사 직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경향신문 임현주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여성 우주인 발렌티나 테레시코바(72). 그는 발사 30분 전부터 발사 관람대 2층 옥상에 올라 소유스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기자에게 “우주선이 참 잘 생겼죠”라며 “전망대 위에 서면 항상 처음 우주로 떠났을 때처럼 가슴이 뛴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는 그가 1963년 6월16일 여성 최초로 우주여행에 성공했던 곳. 그는 바이코누르에서 1년에 두 번 우주발사가 있는 날이면 빠뜨리지 않고 찾는다고 말했다. 관람대에서 가장 높은 VIP 자리는 항상 그의 차지. 그는 “발사의 감격과 흥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라서 누구에게도 이 자리만은 양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주선이 강한 굉음과 불꽃을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은 뒤 우주선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는 “소연이를 몇번 만나봤는데 가능성이 많은 사람 같았다”며 “소연이를 시작으로 한국이 우주에서 큰 꿈을 펼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45년 전 당신은 ‘조종사’ 자격으로 우주에 갔지만 이씨는 ‘연구원’ 신분으로 우주에 가는데 자격이 다르지 않느냐”고 묻자 “전문적인 지식의 깊이에는 차이가 좀 있을 수 있겠지만 우주에서 임무수행을 마치는 것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굳이 차이점이 있다면 “유리 가가린이나 내가 지구로 귀환했을 때는 70㎞ 상공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왔지만 지금은 귀환 모듈로 더 안전하게 내려오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구 소련 시절 흐루시초프의 홍보계획의 일환으로 러시아 세번째 우주인과 결혼해 최초의 우주인 부부가 됐다. 그는 “죽기 전에 화성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면서 “설령 돌아오지 못해도 좋다”고 말했다.

테레시코바 옆에는 65년 세계 최초로 우주 유영에 성공했던 레오노프도 함께 했다. 비행 중이던 우주선 안을 나와 우주공간에서 20분간 유영했던 레오노프는 소유스호가 하늘로 치솟자 큰소리로 “성공”이라며 어린애처럼 환호했다.

〈 바이코누르 | 임현주기자 〉


 

입력 : 2008-04-09 21:53:41수정 : 2008-04-09 21:53:41


 

우주인을 키우는 ‘별의 도시’…훈련 교수 “소연씨 능력 남달라”

ㆍ첫 우주 탐험 기념 1968년 설립
ㆍ러시아 가가린 우주훈련센터를 가다

1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북동쪽으로 30여㎞ 떨어진 즈뵤즈드느이 고로독. 러시아 말로 ‘별의 도시’란 뜻의 소도시에는 러시아 우주 비행사의 훈련소인 가가린 우주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러시아 ‘우주인의 날’을 하루 앞둔 11일 가가린 우주훈련센터에서 참석자들이 인류 최초 우주인 유리 가가린 동상 앞에서 헌화를 준비하고 있다. <즈뵤즈드느이 고로독 | 임현주기자>

1961년 인류 역사상 최초로 우주를 탐험한 유리 가가린의 이름을 딴 훈련센터는 68년 설립됐다. 러시아의 우주선 발사는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센터에서 이뤄지지만 우주비행사의 훈련 및 이에 필요한 연구는 모두 이곳에서 진행된다.

가가린센터 주변은 특급보안시설답게 외부에서 들여다볼 수 없도록 빼곡한 산림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기지 안에는 아무런 치장을 하지 않은 똑같은 모양의 여러 동의 건물이 들어서 있었으며 건물별 기능에 대해서는 철저한 보안이 지켜졌다. 내부에는 실물 크기의 우주선 모형과 비행 모의장치 등 실험과 훈련에 필요한 현대식 시설들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가린센터가 한국 언론에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훈련센터 관계자는 “훈련센터에는 풍부한 우주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춘 교수진이 확보돼 있으며 교육시설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날 훈련센터에서는 12일 러시아 우주인의 날을 하루 앞두고 조촐한 기념행사가 열렸다.

가가린센터 소장 및 관계자, 항공우주산업 종사자, 우주인 발렌티나 테레시코바와 알렉세이 레오노프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군악대의 연주가 흐르는 동안 제복을 입은 참석자들의 표정에서는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어 이들은 광장 한 가운데 있는 유리 가가린 동상 앞에서 차례로 헌화를 했다. 가가린 동상은 왼손을 뒤로하고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이었다. 정면에서 뒤로 감춰진 왼손에는 꽃 한 송이가 쥐여져 있었다.

‘우주인 홀’에서는 47년 전 유인 우주시대를 열었던 ‘우주인의 아버지’ 가가린을 기념하고 러시아의 우주산업 발전을 기원하는 축하 행사가 마련됐다.

행사장에서 이소연씨와 고산씨를 훈련시킨 블라지미르 교수를 만났다. 그는 이씨에 대해 “수업시간에 전문 용어를 익히는 데 매우 적극적이었고 이해력도 남달랐다”고 기억했다. 그는 “33년째 가가린센터에서 우주인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점은 우주인들은 모두 의욕이 넘친다는 것”이라며 “소연씨의 배출을 계기로 한국의 우주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즈뵤즈드느이 고로독 | 임현주기자 korearu@kyunghyang.com 〉


 

 

8박 9일간의 여정, 생생 러시아 현지 취재기

경향신문 임현주 기자는 지난 4월 6일부터 14일까지 러시아 현지에서 이소연씨의 우주여행을 밀착 취재했다. 이소연씨 어머니 정금순씨와 아버지 이길수씨를 비롯해 세계 최초의 여성 우주인 발렌티나 테레시코바와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편집자 주)

인천 공항에서 만난 이소연씨 부모님

유리 가가린 이 후 47년
12년 전 모스크바 레닌대로에서 처음 봤던 세계 최초 유인 우주인 유리 가가린 동상을 잊을 수가 없다. 순수 티타늄으로 만든 30m 동상에는 러시아인의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가가린 동상 옆에는 조그마한 공 모양이 눈에 띈다. 1961년 4월 12일 우주에서 지구를 보니 지구가 축구공만 하게 작아 보였다는 가가린의 메시지다.

유리 가가린이 우주 시대를 열고 47년 만에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30)가 우주로 갔다. 우주에 머무는 동안 18가지 과학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대한민국에 본격적인 우주 시대를 열기 위해 첫 스타트를 끊은 이소연씨. 아시아 두 번째 여성 우주인이자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가 우주로 향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보기 위해 8박 9일간 긴 여정을 시작했다.

인천공항에서 만난 이소연씨 가족
지난 4월 6일 인천공항. 출국 준비를 하는 이소연씨 부모님을 만날 수 있었다. 어머니 정금순씨(57)는 “그동안 딸 걱정 하느라 신경 많이 써서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떠나는 중”이라며 피곤한 모습을 내비쳤다. 아버지 이길수씨(58)가 딸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보다 몸 건강히 살아서 돌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어린아이를 물가에 혼자 내놓는 것처럼 근심에 가득 찬 표정이었다.

7일 모스크바 남쪽 브누코바 제3공항. 전세기 티케팅을 기다리면서 이소연씨 남동생 이기백씨(25·카이스트 박사 1년)와 잠시 대화를 나눴다. “어려서부터 ‘은하철도 999’ 그림을 그려서 방에 붙여놓던 큰누나가 우주로 향한 꿈을 이루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서 기쁘다”며 “남들보다 강인한 체력이 뒷받침되니까 모든 임무를 잘 마치고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제가 워낙 허약 체질이라 네 살 때부터 태권도를 했어요. 근데 큰누나는 통통한 게 콤플렉스였나 봐요. 일반인보다 과근육체질이라고 하던데, 사실 누나는 체중을 좀 줄이고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해도 잘 안 되니까 그때부턴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운동을 하더라고요(웃음). 자연히 건강 체질이 됐죠."

발사 직전, 가족들의 긴장
모스크바에서 3시간쯤 남동쪽으로 이동하니 카자흐스탄 영토 내에 바이코누르 우주기지가 나왔다. 기온은 영상 15~18도를 웃돌았다. 끝없이 펼쳐진 대지. 기내 안에서 창밖을 보니 서부영화의 배경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바이코누르는 ‘갈색 대지’라는 의미다.

코프모나프트(우주인) 호텔에서 열린 이소연씨 기자회견. 그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유리벽 사이로 마이크를 이용해 인터뷰를 가졌다.

이소연씨 어머니 정금순씨의 편지

“방에서 편안하게 책 읽다가 내려왔어요. 아직 믿기지가 않아요. 혼자 우주로 가는 게 아니라 남·북한 모든 국민의 눈과 함께 간다고 생각합니다. 한 달 전 갑자기 우주인이 교체되는 바람에 우주에서 바를 로션도 못 챙겼어요. 가족 사진, 친구 사진 그리고 가가린센터에서 함께 고생한 사람들의 사진을 챙겼어요. 러시아 우주인들을 위한 깜짝 선물도 몰래 준비했어요. 우주인들 아들 딸 사진이에요. 최근에 모스크바 근교에서 훈련받으면서 가족들도 함께 와서 휴식을 취했거든요. 그때 제 카메라로 사진을 담아서 인화했죠. 저는 열흘 후면 돌아오지만 세르게이 볼코프나 알렉 코노넨코는 6개월 더 머무르다 오잖아요.”

8일 바이코누르 우주 발사대. 한국 첫 우주인 탄생을 지켜보기 위한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소연씨는 소유즈 TMA-12호 발사 전에 한 번 더 건강 상태를 점검받았고, 우주 멀미약도 챙겼다. 발사 후 48시간 동안 지구를 34바퀴 도는 과정에서 우주 멀미가 심하면 세르게이 볼코프가 멀미 주사를 놓아주기로 했다. 여성의 생리 현상을 방지하는 억제약도 먹었다. 이제 우주선 발사만 남았다.

이소연씨 가족들과 교육과학기술부 박종구 차관은 VIP 발사 전망대로 갔고, 기자단과 관람객들은 일반 전망대로 이동했다. 원활한 취재를 위해 박 차관에게 부탁해 VIP 전망대로 이동했다.

이소연씨 아버지는 “소연이가 중학교 입학했을 때 수학여행을 보내던 기분”이라면서 “잘 돌아오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로켓이 발사되면 그 밑에 불구덩이도 같이 하늘로 오르는 게 걱정된다”며 기도했다.

세계 최초 여성 우주인 발렌티나 테레시코바의 기도
세계 최초 여성 우주인 러시아 발렌티나 테레시코바와의 인터뷰는 아무리 시도해도 ‘불가능’이란 회신만 돌아왔다. VIP 전망대를 뒤졌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 때 러시아 방송국 카메라맨이 “레오노프다!”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1965년 세계 최초로 우주를 20분간 유영한 레오노프. 그는 전망대 왼쪽 2층 건물 베란다에서 외신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재빨리 건물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올랐다. 베란다에서는 우주선 발사대가 정면으로 보였다. 오른쪽 철 계단 끝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갈색 머리의 발렌티나 테레시코바(72)가 소유즈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45년 전에 나는 조종사 자격으로 우주에 갔지만 이소연씨는 연구를 하러 가죠. 하지만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만나본 이소연씨는 이해력이 뛰어났고, 인품도 훌륭한 친구였어요. 소연씨라면 우주에서 맡은 18가지 실험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올 것입니다. 이제 한국 우주 항공 역사에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거예요. 저는 항상 우주선 발사대 앞에 서면 가슴이 설레요. 소유즈를 한번 보세요.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우주에서 71시간 50분을 보내고 지구로 귀환할 때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어요. 넓은 호수가 보이는데 ‘우주에서도 살아온 내가 호수에 빠져 죽는 건 아닌가’하고 걱정했죠. 다행히 무사히 귀환을 마칠 수 있었는데, 우주에 가면 누구나 저처럼 긴장되는 순간이 있어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만 대처하면 사고 없이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소연씨도 잘해낼 것입니다.”

모스크바 레닌대로,유리 가가린 동상

테레시코바는 발사 10분 전부터 이소연씨를 위해 기도를 시작했다. 러시아는 미국과 달리 발사 전에 카운트를 하지 않고 정시에 발사한다. 순간 건물이 흔들렸고, 공항 주변에서 들리는 비행기 소음을 100배쯤 압축시킨 것 같은 굉음이 들렸다. 테레시코바는 “소연씨, 놀라지 말고 꽉 잡아”라고 외쳤다.

10일, 모스크바 북쪽 MCC 임무통제센터에서 소유즈선과 ISS(국제정거장) 도킹을 기다렸다. 러시아 관계자들은 “모든 것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소연씨가 해치를 열고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ISS에 들어가는 모습은 신비로웠다. 이소연씨는 밝고 씩씩하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12일 러시아 ‘우주인의 날’을 맞아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가가린 훈련센터도 들렀다. 그곳에서 만난 교수, 우주인 관계자들은 “이소연은 적극적이고,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친화력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19일 귀환 이후 이소연씨는 항공우주연구원에 선임연구원 자격으로 한국 항공우주산업 분야의 일을 하게 된다. 이소연씨의 우주 방문을 계기로 한국 항공우주산업에 발전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1 우주에서의 24시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하는 우주인의 하루는 미 항공우주국(NASA)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영국 시간(그리니치 표준시)에 따라 움직인다. 지구 주변을 90분마다 한 번 돌기 때문에 하루에 낮과 밤이 16번 반복된다. 생체 시계가 고장 날 수밖에 없어 잠잘 때는 눈가리개와 귀마개가 필수다. 귀마개는 우주선 내 70데시벨(dB) 이상의 기계 소음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수면에 방해를 주는 소음은 40dB 이상이다. 중력이 작용하지 않아 코골이가 사라진다는 점도 특이하다. 코골이는 누워서 잘 경우 혀가 중력에 의해 기도 쪽으로 밀려들어가면서 일어나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우주인은 통상 오전 6시 시설 점검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식사 시간은 6시 40분 정도. 볼일은 진공청소기처럼 생긴 화장실을 이용한다. 남녀 공용이다. 소변은 고무호스처럼 생긴 튜브를 사용하고, 대변은 좌변기에 나 있는 직경 10cm의 구멍에 정확히 맞춰야 한다. 배설물이 무중력 환경에서 둥둥 떠다니면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소연씨는 우주로 떠나기 전, 이 같은 시설을 이용해 대소변을 해결하는 훈련을 꾸준히 받아왔다.
점심시간은 대개 12시부터 1시 사이다.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만큼 하루 한 시간씩 운동은 필수다. 사이클 운동기구를 사용하거나 우주용 역기를 들기도 한다. 역기는 중력을 느낄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됐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할 때는 그저 수건에 물을 묻혀 닦는 수준이다. 하루를 마감하는 잠자리는 오후 9시 반부터이며 벽에 고정된 침낭으로 만족해야 한다.

2 우주에서 겪을 법한 병들
이소연씨가 우주에 머무는 시간은 12일에 불과해 심각한 후유증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간 우주에서 생활할 땐 우주 불면증, 골다공증, 피부 노화, 부종(부어오름)의 네 가지 증상을 감내해야 한다.

우주 골다공증의 원인은 무중력 때문이다. 우주선 내에선 지구 중력에 맞서 몸을 일으키거나 걷는 데 필요한 근육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근력이 약해진다. 뼈의 골밀도가 감소해 골다공증의 진행 속도가 빨라진다. 한 달가량 우주에서 생활하면 1% 정도 낮아진다. 우주정류장에서 1년 이상 지냈던 우주비행사가 지구로 귀환한 뒤 한동안 누워 있거나 휠체어 신세를 지는 이유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척추의 뼈와 뼈 사이 연골, 팔다리의 관절이 늘어나 키가 4cm 이상 커질 수 있지만 근육과 신경이 함께 늘어나지는 않는다. 이소연씨도 하루 만에 키가 3cm 늘었다.

피부가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우주는 피부 건강에 관한 한 최악의 환경이다. 지구에서는 공기 중 산소 비율이 20%(나머지는 질소)에 불과하지만 우주복 안은 100% 산소로 채워진다. 이때 과잉 생산된 활성(유해)산소가 정상 피부세포에 손상을 주어 피부 노화를 촉진한다. 우주 부종도 나타난다. 지구에선 하반신 쪽으로 피가 몰리지만 우주에서는 머리 쪽에 피가 쏠려 얼굴은 늘 퉁퉁 부은 상태다.

글 / 임현주 기자(경향신문)

 

 


Posted by mos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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