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체르노빌 보고서-중앙일보 임현주 기자, 원전 재앙 25년 ‘죽음의 땅’ 가다 ③
"월급 5배 받고 원전 수습한 아버지 방사능 노출로 10년 만에 숨져”
그의 어머니는 프리퍄티에서 빵을 팔았고, 아버지는 체르노빌 우유공장에서 일했다. 사고 당일 그는 옆집 아저씨 도움으로 체르노빌에서 90㎞ 떨어진 할머니 집으로 피신했다. “집 문을 나서는데 하늘엔 헬리콥터가, 도로에는 수십 대의 소방차들이 원전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부모님은 사고 발생 후 2주가 지나서야 할머니 댁으로 왔다. 체르노빌 원전 가동을 당장 중단할 수 없기 때문에 원전 근로자들을 위해서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안드레이는 “사고가 난 이후 가족들이 함께 지내고 있을 때 체르노빌 원전 책임자가 아버지를 다시 불러들였다”고 말했다. 당시의 월급보다 5배나 많은 550루블을 받는 조건으로 원전에서 근무했다. 2주를 일하고, 2주는 쉬는 조건이었지만 결국 방사능에 노출돼 10년 만에 숨졌다. 안드레이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정부에서 확보한 요오드가 모자라자 15세 이상 성인들에게는 와인과 메밀 섭취를 권장했다”고 했다.
안드레이는 어린 시절 프리퍄티 강에서 아버지와 낚시하던 사진을 꺼내 들었다. “원전 사고로 행복했던 우리 가족의 삶은 한순간에 파괴됐다”고 말했다. 어머니도 지난해 돌아가셨다.
안드레이는 “사고 직후 사람들은 모두 1년 안에 죽는다, 2년 안에 죽는다며 괴로움에 시달렸다”고 했다. “수술을 받고 회복한 사람도 있지만, 정신적 충격을 견디지 못해 보드카만 마시다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한 사람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임현주 기자
체르노빌 박물관 과학 담당 이사 안나 체르니코바는 “한국도 일본·중국 등 인접 국가의 예기치 못한 사고로 방사능 피해 국가가 될 위험이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요오드 등 방사능 치료 물자를 충분히 확보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키예프=임현주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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