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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사람들은 차를 즐겨 마십니다. 추운 겨울에 차 한 잔 마시며 대화 나누는 것을 즐기죠. 가장 즐겨 마시는 것은 립톤 홍차고, 몇 년 전부터는 자스민, 녹차도 즐겨 마시는 것 같습니다.


한국 여성들은 차나 커피를 마실 때 티라미슈, 치즈케익 등을 선호하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주로 초콜릿을 같이 먹습니다. 러시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이 초콜릿이고, 가장 좋아하는 간식도 초콜릿이니 러시아 사람들의 마음을 사고 싶으시다면 초콜릿을 선물하시면 되겠죠? ^^




그런데 어느날 러시아인들에게 ‘차’를 위한 혁명적인 간식이 등장했습니다.

이름하여 ‘초코파이’. 비스킷처럼 딱딱하지도, 초콜릿처럼 진하게 달지도 않으면서 중간에 살~살~ 녹는 머쉬멜로우의 조합은 러시아 사람들을 달콤하게 유혹했죠.


1990년대 중반에는 러시아에서 오리온 초코파이가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사실 이렇다 할 제대로 된 간식거리가 없었기 때문에 초코파이만큼 훌륭한 친구가 없었죠.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오리온 초코파이가 러시아에서 잘 나가자 롯데가 롯데초코파이를 들고 러시아 시장에 진출했네요. 1998년 모나토리엄 때 러시아 시장에 전망이 없다고 철수했던 롯데가 다시 러시아에 뛰어들어 ‘초코파이’ 전쟁이 불 붙은 것입니다.

최근에 몇 년 전부터는 중국산 짝퉁 초코파이까지 가세해 오리온은 매출이 10분의 1로 줄었고, 국내 이마트나 대형마트와 같은 러시아에 대형 마트에서 ‘초코파이’를 철수하는 사태까지 오고 말았습니다.


힘든 시기를 러시아에서 견뎠던 오리온 초코파이가 왜 대형매장에서 철수했냐고요?

매장 관계자들이 입점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려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거부하면 그 자리에 롯데 초코파이가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지금 러시아 시장에서 “짝퉁 초코파이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전국의 대형 유통매장에서 제품을 거의 다 철수하고 소매점 위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지난 1월에 러시아 출장을 가면서 유통업체들도 취재를 했는데, 오리온 초코파이가 너무 절박한 현실에 벽에 부딪혀 공장 취재도 진행 못하고 현지 매장 몇 군데 돌아보고, 러시아 법인 관계자 두 명정도 만나고 돌아오는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최근에는 오리온이 ‘몸에 좋은 초코파이’로 차별화하기 위해 비타민, 칼슘, 오메가3 등 성분을 표시해서 초코파이가 아이들 간식용으로 좋다는 광고를 하고, 지하철 역 마다 1개씩 낱개 미니 박스포장을 해서 “오리지널은 다르다”는 것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눈물겨운 오리온 초코파이 전쟁. 지금은 울지만, 언젠간 웃을 그날이 오길 바랍니다.

힘내세요, 오리온!

Posted by mos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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