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러시아 출장에서 택시를 잡다가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러시아에는 우리나라처럼 메타기가 올라가는 택시는 '요금 폭탄' 맞을 확률이 높아서
길에 가는 승용차를 잡아서 가격을 흥정하고 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명 '나라시 택시'가 기승을 부리지요.
모스크바에 도착해서 택시를 잡는데 "300루블"을 부르더라고요.
1달러에 30루블이니까, 300루블은 1만2천원쯤 되겠지요.
아니, 한국으로 따지면 5천원정도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인데
무조건 기본료 "300루블"이라니 정말 황당하고 어의가 없었습니다.
모든 '나라시 택시'들이 300루블 이하로는 아예 움직일 생각을 안하더라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비싼것 같아서 "됐다"고 하며 차 문을 쾅 닫았어요.
이때 아쉬운듯 창문을 다시 열고 "그냥 타"라고 얘기하는 차는 우리나라 60-70년대
차량같이 덜덜거리고 기름 냄새나는 '지굴리'(러시아 국민차)이고
그냥 "쌩~"하고 떠나버리는 차는 우리나라 아반떼 급 이상인 차량들이죠.
택시를 타면 어디까지 얼마에 흥정하고 타니까 길이 밀리든 안밀리든
요금 올라갈 걱정은 없어서 편한데, 모스크바에 차 밀리는 수준이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전철로 2-3정거장이면 움직일 거리를, 차량으로는 1시간 이상 돌아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미뜨로'(Метро)를 택했습니다.
가난한 유학생인 제 남동생이 누나 전철 탈 때 쓰라며 교통카드를 줬죠.
제가 모스크바에서 유학하던 시절에는 전철 요금이 5루블(200-300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26루블(900원-1,000원)정도로 올랐더라고요.
택시 기본료가 만원이니 대중교통을 이용해야죠.
전차(뜨람바이)는 28루블로 2루블 더 비쌌어요. --;;
환승이 안되니까 전철타고, 버스타고, 전차타는 거리는 차라리 택시가 더 싸게
나오는 경우도 있었고요.
러시아 지하철은 땅 밑으로 다녀서 '미뜨로'라고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전철 역 출구마다 빨간색이나 파란색으로 'M'자가 크게 써있어요.
옛날에 모스크바 처음 갔을 때는 지도에 적혀있는 M자가 모두 맥도널드 표시인줄
알고 "이나라 사람들 징그럽게 빅맥만 먹고 사는구만" 했었죠.
그런데 다 제 오해였더라고요. 맥도널드 M은 노란색이잖아요. ^^;;
모스크바 남쪽 쪼쁠리스딴에 동양제과(오리온) 취재를 가는 길에 전철에서 사진 한장을 찍었어요.
전철 안에 밝은색으로 만들어진 광고가 눈에 띄었거든요.
모스크바 지하철은 1935년에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당시에는 빨간색 쏘꼴니끼로가는 몇개 정거장만 개통됐던 것으로 알고있는데요.
지하철 깊이가 60미터, 70미터되는 게 보통이어서, 1941년 세계 2차대전이 발발했을 때는
모스크바 시민 중 여성과 아이들은 전부 전철역 지하로 피신을 해서 목숨을 구했죠.
모스크바 서쪽에 가면 전승기념관이 있습니다. 프랑스 개선문 같은 문이 하나 있고, 넓은 광장에
분수와 공원으로 되어있는 전승기념관을 가보면 전시관 2층에 2차 세계대전 당시 사진자료들이
있는데, 그 중 러시아인들이 전쟁 당시 지하철역 안으로 피신해 어떻게 지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총 180개 역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저도 저 ~ 기 위에 전철역을 하나, 하나씩 세어보지
못했습니다.
전철역에 둥근 순환선을 '원'이란 뜻의 '깔쪼'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 2호선보다 좀 효율적으로 만들어졌죠? ^^;; 환승이 무지 빠르게 되거든요.
갈색의 깔쪼를 타고 오렌지색 남쪽에 있는 전철역으로 가려고 갈아타는데 '인포'라고 써있는 신기한
기계를 봤어요. 예전엔 찾아볼수 없었던.. 아마 최근에 만들어진 것 같은데요.
영어로 지하철역 주변 안내가 되어있고, SOS라고 써있는 것을 보니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직접 해보진 않았어요.)
격세지감이란 말은 이럴때 나오는거죠!
러시아인들은 '러시아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영어나 외국어를 알아도 일부러 안쓰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아무리 동양사람 같이 생겼어도 무조건 러시아어로 길 물어보고, 시간 물어보고 하는 사람들이 러시아 사람인데, 이제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전철 역 출구마다 영어로 표시되어있는 곳도 가끔 눈에 띄었고요.
지하철 환승을 하면서 찍은 사진 같은데 전철역 천장에 만들어진 모자이크입니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갤러리 같아서 해외 토픽으로 많이 소개되곤 했는데요, 모든 역마다 동상, 모자이크, 그림 등 예술품들이 다르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회주의시절에 어떤 취지에서 전철역을 아름답게 꾸미고자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전철 타고 이동할 때마다 "이번역은 어떤 예술품이 있을까?"기대가 되곤 했었습니다.
환승 계단을 오르며 찍어봤습니다. 전철역이 오래된 까닭에 낡긴 했지만 나름 멋이 있습니다.
벽이나 바닥은 대리석을 많이 사용해서 나름 '럭셔리'하고요.
제 똑딱이 카메라가 성능이 좋진 않아요. ^^ 밝게 나오진 못했지만, 그래도 저녁 때 이동하면서
"블로그에 올리겠노라" 마음먹고 찍은 사진입니다.
러시아 미뜨로는 이동할 때 소리가 요란합니다. 정말 옆에서 무슨말 하는지 안들릴 정도로 시끄러운데요, 그래도 서울에 전철이 2-3정거장 가는 거리를 빠르게 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어때요, 모스크바 '미뜨로' 한번 타보고싶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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