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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출장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시내 중심의 아르바뜨 거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이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 본점같이 명당자리, 금싸라기 땅에 지어진 것인데
롯데백화점이 장사가 안된다는 얘기를 전부터 들어왔기 때문이죠.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차로 3분, 도보로 10분정도 가면 나오는 아르바뜨 거리에 롯데백화점이 당당히 자리하고 있는 게 내심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건물 밖에는 "세일"을 알리는 안내판이 즐비했지요.




평일 퇴근시간 무렵에 백화점에 들렀는데, 내부는 정말 썰렁했습니다.
손님보다 백화점 직원과 경비가 더 많았지요.




지난해 11월, 12월에도 롯데백화점이 계속 세일을 했었고, 심지어 러시아 모스크바 교민 대상 2개월 할인행사도 했었다고 하는데
1월말, 2월 초에도 세일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최대 60%까지 세일을 하더라고요.




백화점이 총 6층으로 되어있는데, 신사복/숙녀복/아동복 식으로 '한국형' 백화점 형태를 그대로 고집하고 있었습니다.
또 각 층마다 양복입은 무표정의 경비 아저씨들이 3-4명씩 있으면서 무전기를 알리는 데 좀 무섭더라고요.
몰래 사진을 찍다가 여러차례 경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백화점 6층에는 서점이 있었습니다. 아르바뜨가 우리나라 명동처럼 번화가이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인데 장사가 워낙 안되니 책방을 찾는 젊은 층이라도 백화점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인데, 이 역시 성공적인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같은 시간대에 아르바뜨에서 붉은광장에 있는 굼(국영)백화점과 인근 백화점들을 둘러봤는데, 다른 곳에는 정말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죠. 원인이 뭘까, 왜 그럴까?...

롯데백화점을 찾았다가 그냥 발길을 돌리는 러시아 사람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백화점에 특색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주 타깃층을 모르겠고, 물건이 가격도 너무 늘쭉날쭉해서 아주 고가의 프리미엄제품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저가 제품만 있는 것도 아니고 너무 대중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러시아의 대형 백화점인 굼, 춤외에 스토크만이나 다른 백화점들도 마찬가지고 '여성복, 남성복, 아동복'처럼 구분해서 층을 만들지는 않거든요. 롯데백화점이 러시아 시장에서 차별화 전략이라고 한국식을 고집했는데, 전혀 시장의 반응을 얻지 못한 것입니다.

 1층 인포메이션센터에서 일하는 여직원에게 물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백화점이 운영되는데, 최근에는 세일을 많이 해도 찾는 사람의 변화가 거의 없다고 하더군요. 이쯤되면 정말 심각한 수준이라는 생각이드는데, 롯데 측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고 매출도 계속 50%씩 성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요.

롯데백화점 문제는 모스크바 현지 교민이나 지상사 주제원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계속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을 반복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변화를 통해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는 게 맞는 것인지 의견이 다양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러시아 시장의 잠재성을 보고 제2 수도였던 상뜨 뻬쩨르부르그에 롯데백화점 2호점을 짓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같은 방식을 고집해서는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장담하긴 어려워보이는 상황입니다.

3-4개월 후면 롯데백화점 옆에 롯데호텔이 공식 오픈을 합니다. 러시아가 하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면서 예전에 낡았던 호텔들을 전부 리모델링하고 다시 짓고 있기 때문에, 숙박업은 정말 비수기가 없거든요. 1박에 가장 저렴한 방 값이 300달러(약35만원) 이상이니
호텔은 짓는 만큼 남는 장사라고 보면 되는데, 롯데호텔의 성공이 장담되는 상황이라고 해도 롯데 호텔에서 벌어들인 돈을
롯데백화점이 재투자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는지 걱정도 됩니다.
Posted by mos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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