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2007년 6월 29일자 경향신문 기사 입니다.

LG톱타자 이대형 도루1위 질주… ‘대도’ 노리는 슈퍼소닉
 ‘슈퍼소닉.’ 프로야구 LG의 날쌘돌이 이대형(24)의 별명이다.

바람, 총알보다 빠른 초음속으로 다이아몬드를 휘저어 시즌 중반 도루 1위를 질주 중인 그를 지난 27일 잠실구장에서 만났다. 팔다리에 빨갛고 파랗게 터지고 멍든 자국. 이대형은 “영광의 상처”라며 환하게 웃었다. 매일 슬라이딩에 다치고 찢어져도, 일단 1루에 나가기만 하면 “그라운드를 훔치고 싶은 욕망이 솟아오른다”는 이대형.

프로 데뷔 후 5년 만에 붙박이 주전 톱타자로 발돋움해 3할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그는 올 시즌 LG 신바람 상승세의 당당한 선봉이다.

#꼬마 육상선수, 야구에 눈 뜨다

100m를 11초에 주파하는 이대형은 어린 시절 육상선수였다. 달리기라면 누구보다 자신있어 초등학교때 육상대회에는 빠짐없이 출전했다. 그러던 어느날 TV로 야구 생중계를 보다 한 선수에게 시선이 꽂혔다. 해태 타이거즈 이종범이었다. 바람처럼 달리고 짜릿한 안타를 뽑아내는 플레이에 11살 꼬마는 마음을 뺏겼다.

“야구가 정말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살던 충남 대천에는 야구부 있는 초등학교가 없는 게 문제였어요.”

매일 밤낮으로 부모님을 붙잡고 광주로 전학보내달라고 떼를 썼다. “그렇게 원한다면 조금만 기다려보라”고 했던 아버지가 어느날 광주로 근무지를 옮겼다. 5학년때였다. 대천에는 왼손잡이 글러브가 없어 제대로 야구 한번 못했는데 광주에는 없는 게 없었다.

#고교 4학년, 투수를 포기하다

중·고교때 이대형은 투수였다. 그런데 변변한 성적을 못 냈다. 1·2학년때 선배들에게 밀려 벤치만 지키다 3학년이 됐는데도 신통찮긴 마찬가지였다. 그대로 졸업하면 ‘갈 곳이 없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1년 더 다녔다.

“막다른 골목길에 다다른 기분이었어요. 고민 끝에 ‘빠른 발을 살려야겠다’고 마음먹고 투수를 포기했어요.”

투수 대신 중견수로 자리잡으면 적어도 프로 2군에는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야구를 다시 시작했다. 투수때는 선배 그늘에 가려 제대로 못 뛰었는데 중견수가 되니 매일 훈련하며 빠짐없이 경기에 나갈 수 있었다. 실력도 늘고 자신감도 얻었다. 중견수가 되고나서 처음으로 전국대회 우승을 맛봤다. 그리고 LG로부터 2차 지명을 받았다. 유급을 하면서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았다.

#소심한 O형, 김재박 감독을 만나다

혈액형이 O형인데 지독히 내성적이다. 미니홈피에 비방 글이 올라오면 크게 상처를 받았고 결국 홈피를 없앴다. 소심한 성격을 감추려고 겉으로 잘 웃고 소탈한 척했다. 그러다가 김재박 감독을 만났다. 김감독은 이대형에게 “전쟁터에서 총들고 웃는 사람은 없다”며 “투수와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강한 눈빛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감독은 전지훈련 중에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대형에게 육두문자를 큰 소리로 외쳐보라고 시켰다. 이대형은 김감독의 마음을 읽었다.

“이젠 나름대로 카리스마를 갖게 됐어요(웃음). 그라운드에서 집중력이 더 높아진 것 같습니다. 전보다 방망이도 더 잘 터지고요.”

#프로 5년차, 도루왕 향해 ‘훔친다’

이대형은 ‘듀라셀’ 배터리 광고 속 주인공 ‘토끼’를 닮았다. 빠른 발과 지칠줄 모르는 체력은 둘째가라면 서럽다. 이대형의 배터리 충전은 어머니가 지어주신 가물치 보약이다. 매일 아침·저녁 가물치를 먹고 힘을 낸다.

28일 현재 도루 25개를 성공해 이 부문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대형의 ‘올 시즌 최고’ 도전 뒤에는 숱한 상처가 가려져 있다. 중견수가 되고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새 살이 돋아본 적 없는 오른쪽 무릎. 슬라이딩하다 까진 팔·다리 상처는 이제 감각을 잃었다. 그래도 좋다. 몸이 부러지고 으스러지지 않는 한 계속 베이스를 훔치고 싶단다. 얼마전에는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 예비 엔트리에 뽑히는 기쁨도 누렸다.

“국가대표가 됐으니 더욱 열심히 뛰어야죠. 도루왕이 되는 게 목표예요. 타율도 3할대를 유지하면 더 좋겠지요. 물론 부상 없이 주전을 지키는 건 기본이고요.”

〈글 임현주·사진 김문석기자 korearu@kyunghyang.com〉

■이대형은

▲생년월일=1983년 7월19일

▲체격=1m84·78㎏

▲학력=광주 서림초-무등중-광주일고

▲2003년 LG 입단

▲수상=대통령배·청룡기·황금사자기 도루왕(2002년)

▲올시즌(2007년) 성적(27일 현재)=타율 3할(13위), 70안타(공동 6위), 38득점(공동 4위), 25도루(1위)

Posted by mosque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