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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땅에 닿는 0.6초 분석 걷기 편한 신발 만들었죠”
 임현주기자 korearu@kyunghyang.com                  / 2009년 11월 16일자 경향신문
  
워킹 운동화 ‘W’개발, 프로스펙스 홍진표 상무
ㆍ2년간 임상실험 끝 탄생 나이키 제치고 1위 넘봐

스포츠 토종 브랜드인 프로스펙스가 돌아왔다. 프로스펙스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나이키·아디다스와 함께 국내 스포츠용품 시장을 주름잡던 3인방 중 하나였다.

홍진표 프로스펙스 신발기획담당관(상무)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 LS네트웍스 본사에서 W 워킹화를 들고 밑창이 11단계로 휘어 충격을 흡수하는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90년대 중반만해도 나이키를 누르고 국내시장 점유율 21%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막강 브랜드와 마케팅력을 앞세운 글로벌 브랜드에 밀려 2002년 이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소비자 애국심에 호소하는 마케팅 전략과 가격 인하로 맞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2007년 모기업인 국제상사의 법정관리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프로스펙스는 2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최근 워킹 전문 운동화인 ‘W’를 내놓고 재기를 선언했다.

반응은 놀라웠다. 그동안 만년 꼴찌였던 스포츠화 시장에서 돌풍의 핵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현대 목동점을 비롯한 일부 매장에서는 나이키를 밀어내고 매출 1위 품목에 올랐다. 지난 한 달 동안 W를 팔아 20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액수다. 법정관리 이후 대기업 계열사인 LS네트웍스로 옷을 갈아입고 연구·개발에 집중한 결과다.

W 개발을 주도한 홍진표 신발기획담당관(상무)은 “철저한 연구·개발을 통한 차별화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홍 상무는 17년째 프로스펙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신발업계의 산증인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예전처럼 종합 스포츠 제품을 고집하다간 망하겠구나 싶어 철저한 시장 분석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축구 하면 나이키·아디다스가 떠오르고 러닝 하면 아식스인데, 워킹화를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가 없는 데 착안했다고 한다.

홍 상무는 “걸을 때 땅에 발을 디디는 시간이 0.6초인데 대부분 러닝화(0.2초)를 싣고 걷다보니 발목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면서 “체육과학연구원에 의뢰해 발이 지면에 닫는 과정부터 분석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W는 신발 밑창이 11단계로 휘어 충격을 흡수하도록 설계된 특허제품. 11개 셀로 이뤄진 신발 깔창이 발의 유연성을 도와주는 ‘무브프리(Move free)’는 특허를 받았다.

홍 상무는 “한국인은 평소 운동량이 부족해 근력이 약하다”면서 “발 뒤꿈치를 땅에 디딜 때 30도 각도를 유지해 주고 오다리나 팔자걸음을 걷는 사람도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발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게 핵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2년간 임상실험 끝에 48개 품목의 제품을 새로 내놨다. 걷는 시간이나 장소, 강도에 따라 소비자가 자신에게 맞는 신발을 선택할 수 있다.

홍 상무는 “품질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퇴근 후 양재천 둔치를 찾아 하루 몇 시간씩 걸었다”고 말했다.

또 언제부터 신발에 땀이 차고 땀 흡수력이 좋은지를 평가하기 위해 하루종일 걷고 신발 냄새를 확인하는 작업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는 “꼴찌 회사인 우리가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고 외쳐본들 누가 듣겠냐”면서 “직접 신어본 고객들의 입소문 효과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상무는 “평발·까치발도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신발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우리 체형은 발의 앞부분이 넓어 디자인보다는 성능 위주로 개발하다보니 패션감은 약간 투박해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시절 때의 건강한 발을 노년기에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한국인 맞춤 신발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임현주기자 korearu@kyunghyang.com>

Posted by mos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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