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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후각 둔하면 불합격 ‘쓴맛’
 임현주기자 korearu@kyunghyang.com                              2009년 11월 21일자 경향신문
 
ㆍ제빵업체 SPC 이색면접 현장
마케팅·생산지원자도 필수
ㆍ관능테스트 통과해야 입사

흰색 가운을 걸친 감독관 앞에는 투명한 플라스틱 컵과 종이컵 여러개가 놓여 있다. 말쑥한 정장 차림을 한 남녀 사원들이 컵에 든 내용물의 냄새를 맡고 맛을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언뜻 병원의 건강검진을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실상은 신입사원 채용이 진행 중인 식품업체 SPC그룹의 면접시험장이다.

20일 서울 역삼동 SPC 강남지점에서는 신입사원 1차 면접으로 관능평가가 진행됐다. 수험생의 미각·후각·촉각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SPC그룹은 빵과 아이스크림을 주로 생산하는 파리크라상·샤니·배스킨라빈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파리크라상과 샤니 등을 운영 중인 SPC그룹 1차 면접이 열린 역삼동 사옥에서 20일 응시자들이 관능평가를 받고 있다. 박민규기자


수험생 엄종율씨(27)는 미각 테스트를 받다 면접관에게 난감한 표정으로 “리필 되나요”라고 물었다. 똑같은 크기의 유리잔 4개에 들어 있는 액체의 맛을 보다 검사물을 다 마셔버린 것이다. 엄씨는 “후각 테스트를 할 때도 손으로 부채질을 해 향을 일으켜야 했는데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 정확한 답을 쓰지 못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연웅씨(27)는 “관능평가에 지장을 줄 것 같아 술과 담배를 며칠 전부터 하지 않았다”며 “껌을 씹을 때 맡았던 향인데 평소 그 냄새가 어떤 물체에서 나오는 것인지 무관심했던 탓에 구체적인 답을 적기 어려웠다”며 아쉬워했다.

관능평가에서는 ‘과일향’이나 ‘달콤한 향’이라고 적으면 점수를 받지 못한다. ‘수박향’ ‘초콜릿향’처럼 구체적인 과일이나 음식 이름을 제시해야 한다. 시간 제한은 없지만 시험관에 든 내용물이 모두 달라 커닝은 불가능하다.

SPC그룹은 2004년부터 관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빵이나 아이스크림을 파는 업체 직원들은 절대 미각은 아니어도 맛있는 제품을 찾아내는 감각은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제품 연구개발 분야뿐 아니라 마케팅·회계·생산 등 모든 분야 지원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를 통과하지 않으면 입사할 수 없다.

SPC그룹은 올해 초부터 제품 포장과 매장 디자인에도 눈길을 돌려 예비 사원들의 디자인 감각도 평가한다. 미각 이전에 고객의 시각을 사로잡자는 의도에서다.

현주엽 SPC그룹 차장은 “음식 맛이나 향기는 기계장치로 구별할 수 없어 관능검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미각을 충족시키기 위해 신입사원이 치르는 관능평가에 더욱 다양한 방법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현주기자 korear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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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s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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