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일자 경향신문
정부 나선다고 침몰하는 와이브로 건져낼 수 있을까 임현주기자 korearu@kyunghyang.com
정부 나선다고 침몰하는 와이브로 건져낼 수 있을까
ㆍ방송통신위, KT·SKT에 투자 압력 등 대책 서둘러
ㆍ국내서 외면·해외 사업성도 의문… 기업은 ‘속앓이’
정부가 와이브로(무선 휴대인터넷) 활성화에 목을 매고 있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와이브로를 ‘국제용’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내수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와이브로는 고속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해 각종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그러나 정작 설비투자를 맡은 통신사들은 “수요자가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돈만 쏟아부을 수는 없지 않으냐”면서 정부 눈치를 살피고 있다. 한때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치부된 와이브로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셈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일 와이브로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이 사업자 선정 당시 약속한 투자 규모를 지키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올해 말까지 2조원을 투자키로 했지만 현재 80% 수준인 1조2000억원만 내놨다. 정부는 이를 내년까지 이행치 않으면 제재조치를 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투자 활성화를 위해 이들 2개 업체 외에 전국 또는 지역단위로 신규 사업자를 추가 선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경쟁 분위기를 조성해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방통위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에 앞서 2011년까지는 국내 와이브로 서비스에 필요한 망 구축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와이브로를 세계 시장에 팔아먹기 위해서는 국내 수요 기반이 우선적으로 충촉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서는 서비스에 필요한 설비투자가 핵심이다.
그러나 와이브로 사업을 맡고 있는 KT와 SK텔레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성이 의문시되는 상황에서 무작정 투자 규모를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와이브로 사업은 서비스가 시작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이용객은 고작 27만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유선 인터넷이 잘 깔려 있는 상황에서 속도가 느리고 가격도 비싼 와이브로를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어서다.
최근 4세대(G) 이동통신 시장에서 와이브로와 경쟁하고 있는 LTE(롱텀에볼루션)의 무서운 성장세도 업계의 고민거리다.
사업자들은 어차피 태생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없는 와이브로보다는 가능성이 큰 LTE로 갈아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LTE는 대중적인 GSM과 CDMA의 진화 기술이어서 국산인 와이브로보다 파급력이 클 전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와이브로든 LTE든 모든 기술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대세가 LTE로 움직임에 따라 LTE 기술개발에 더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현재 와이브로 상용망을 계약한 사업자는 러시아, 브라질, 베네수엘라, 리투아니아, 사우디 등 11개국 11개 사업자다. KT와 SK텔레콤도 우즈베키스탄, 요르단에 와이브로 기술을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을 뿐이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가입자 확보가 여의치 않고 규모의 경제도 어려운 와이브로를 계속 밀고 나가는 것보다 성장가능성이 큰 사업(LTE)을 쫓아가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순수 우리기술로 개발한 와이브로를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병기 방통위 상임위원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4G 핵심기술인 와이브로와 LTE의 시장지배력은 20 대 80 정도 될 것”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와이브로 사업에 20%만 한국이 지배력을 갖는다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임현주기자 korearu@kyunghyang.com>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ㆍ국내서 외면·해외 사업성도 의문… 기업은 ‘속앓이’
정부가 와이브로(무선 휴대인터넷) 활성화에 목을 매고 있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와이브로를 ‘국제용’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내수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와이브로는 고속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해 각종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일 와이브로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이 사업자 선정 당시 약속한 투자 규모를 지키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올해 말까지 2조원을 투자키로 했지만 현재 80% 수준인 1조2000억원만 내놨다. 정부는 이를 내년까지 이행치 않으면 제재조치를 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투자 활성화를 위해 이들 2개 업체 외에 전국 또는 지역단위로 신규 사업자를 추가 선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경쟁 분위기를 조성해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방통위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에 앞서 2011년까지는 국내 와이브로 서비스에 필요한 망 구축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와이브로를 세계 시장에 팔아먹기 위해서는 국내 수요 기반이 우선적으로 충촉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서는 서비스에 필요한 설비투자가 핵심이다.
그러나 와이브로 사업을 맡고 있는 KT와 SK텔레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성이 의문시되는 상황에서 무작정 투자 규모를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와이브로 사업은 서비스가 시작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이용객은 고작 27만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유선 인터넷이 잘 깔려 있는 상황에서 속도가 느리고 가격도 비싼 와이브로를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어서다.
최근 4세대(G) 이동통신 시장에서 와이브로와 경쟁하고 있는 LTE(롱텀에볼루션)의 무서운 성장세도 업계의 고민거리다.
사업자들은 어차피 태생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없는 와이브로보다는 가능성이 큰 LTE로 갈아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LTE는 대중적인 GSM과 CDMA의 진화 기술이어서 국산인 와이브로보다 파급력이 클 전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와이브로든 LTE든 모든 기술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대세가 LTE로 움직임에 따라 LTE 기술개발에 더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현재 와이브로 상용망을 계약한 사업자는 러시아, 브라질, 베네수엘라, 리투아니아, 사우디 등 11개국 11개 사업자다. KT와 SK텔레콤도 우즈베키스탄, 요르단에 와이브로 기술을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을 뿐이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가입자 확보가 여의치 않고 규모의 경제도 어려운 와이브로를 계속 밀고 나가는 것보다 성장가능성이 큰 사업(LTE)을 쫓아가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순수 우리기술로 개발한 와이브로를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병기 방통위 상임위원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4G 핵심기술인 와이브로와 LTE의 시장지배력은 20 대 80 정도 될 것”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와이브로 사업에 20%만 한국이 지배력을 갖는다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임현주기자 korearu@kyunghyang.com>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화점, 입점 수수료 횡포 여전 (0) | 2009.11.20 |
---|---|
중소기업 채용박람회 현장 여전한 ‘온도차’ (0) | 2009.11.08 |
꺼지고, 끊기고… 3G휴대폰 ‘속터지네’ (0) | 2009.11.08 |
‘폭발 위험’ 짝퉁 휴대폰충전기 판친다 (0) | 2009.11.08 |
[재계 인사이드]이동통신사들 기본료만은 안내리는 까닭 (0) | 2009.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