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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에 공룡능선이 있다면 북한산에는    의상능선이 있다.

의상ㅡ 용혈ㅡ 용출ㅡ 증취ㅡ 나월ㅡ 나한ㅡ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코스로 산을 타다보면 자연의 웅장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의상능선을 넘으면서 10년 전 처음 의상능선을
마주했던 때가 떠올랐다.

바위를 오를 때 마치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은 두려움이 있지만
정신 바짝 차리고 찬찬히 한 발씩
내딛으면 금새 봉우리 하나를 넘고
또 넘고..

의상봉을 지나면 또 더 높은 용혈봉이
나타나고, 이제 좀 평탄한가 싶음 산 아래로 내려갔다가 더 가파른 용출봉으로...

나는 보통 대남문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좋아하는데. 이 때 돌계단으로 쉼없이 내려오다보면. 가파른 언덕을 넘어 능선을 타고  올랐던 그 순간이 다시 그리워진다.

자연 앞에 서면 인간은 한 없이 작은 존재임을 깨닫게 되고
오르막 길과 내리막 길이 끊임 없이 반복되는 능선 처럼 우리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기에...


Posted by mos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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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생각

기사/사회 2018. 3. 4. 21:49
http://m.news.seoulbar.or.kr/news/articleView.html?idxno=916


서울 변호사협회에 기고한 글.  ^^

“○○○ 기자. ‘생각’을 좀 하고 질문하세요.”

2011년 어느 봄날.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우병우 수사기획관이 모 언론사 기자에게 레이저 눈빛을 쏘며 했던 말이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나는 속으로 ‘아… 우 기획관이 나에게만 까칠한 게 아니구나. 그래도 그렇지 저 선배 좀 민망하겠다.’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대검 출입 기자들은 중앙수사부에서 수사 중인 사건의 사실관계를 우 기획관을 통해 공식 확인해야 했다. 우 기획관에게 매일같이 전화하고 방을 찾아가다 보니 레이저 눈빛의 변화가 감지될 때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월요일. 우 기획관 방으로 올라갔다.

기    자 : “ 검찰이 부산저축은행 관련 SPC(특수목적법인) A자료까지 다 가져갔던데.. ○○부분까지 들여다보시는 건가요?” (우 기획관이 잠시 멈칫했다)

우병우 : “그 얘긴 어디서 들었어요?”.

기    자 : “제가 주말에 부산가서 ○○보고 확인했어요.”

우병우 : “ ...... 아직 내가 거기까지 보고를 받지는 못했어요. 보고받고 난 후에 얘기합시다.”

검사들이 기자에게 사건 관련 내용을 ‘yes or no’로 답해주진 않지만 기자들은 뉘앙스나 표정 변화를 통해 힌트를 얻는다. 받아쓰기식 보도만 하고, 틀에 박힌 질문, 하나마나한 질문을 하는 기자들에게 레이저 눈빛을 날렸던 우 기획관이지만 적어도 그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검찰 소환조사에 따라 포토라인에 선 사람들에게 “혐의 사실 인정하십니까?”라고 묻는 기자들을 보면, 검사가 아직 조사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혐의 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나 싶기도 하고, “...되시면 마지막 인터뷰일 수 있는데 한 말씀 해주시죠.”라고 질문하는 기자를 보면, 마치 기자가 유무죄를 판단해 상대방을 범죄자로 사회에 낙인찍어 주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와 2017년 대통령 탄핵이란 초유의 상황을 겪으면서 우병우 황제조사 논란, 우병우 레이저 눈빛 등이 기사화되고 실검에 오를 때마다 우병우의 ‘생각’이 떠올랐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청와대에 있으면서 한 일에 대한 공과를 따지기 전에, 언론이 바로 섰더라면. 기자들이 제 역할을 했더라면. 좀 더 생각하고 고민하고 사안에 접근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정윤회 문건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잘못된 것을 바로잡았더라면 국정농단 같은 초유의 사태가 있었을까 싶고, 책임을 묻고 탓할 대상을 찾기 전에 기자들이, 아니 나는 언론인으로 무슨 일을 했나 돌아보면 사실 할 말이 없다.

예전에 법조를 출입할 땐 검사를 많이 알고 검사와 술을 많이 마시는 게 능력있는 기자인 것처럼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다. 돌아보니 그 시간에 조금 더 공부를 했더라면. 선배들 말마따나 큰 그림을 그리는 훈련, 나무를 보지 않고 숲을 보는 훈련을 했더라면 사안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눈을 키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검찰의 과거사 반성. 현재 수사 중인 사건까지 다시 들여다보며 처절한 반성을 하겠다는 검찰을 보면서 우리 언론도 제 살 깎는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선배들이 시키는 질문, 검찰의 입에만 의존하는 받아쓰기식의 보도를 지양하고, 잠시 멈춰 이 사안을 어떻게 들여다봐야 할 것인지 좀 더 깊이 있게 고민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물론 이런 고민을 하기엔 취재 환경의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개인의 힘이 큰 흐름을 거슬러 역행하긴 어려운 부분, 구조적인 한계도 분명 있었다. 

7년 만에 다시 법조를 출입하게 되면서, 그 시절 알던 분들이 줄줄이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서거나 구속 기소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한때 검찰에선 엘리트 중의 엘리트, 수사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웠던 분들의 뒷모습을 보며 앞으로 ‘어떤 생각과 방향을 갖고 살아가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돈, 명예, 권력을 좇지 않았고 주어진 일만 열심히 했다고 변명하기엔 그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너무 크다. 범죄정보로 둔갑한 BH하명사건은 아니었는지 누구 하나 멈춰서 고민하는 검사가 있고, 기자가 있었더라면.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더라면 2016년 추운 겨울,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올 일은 없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Posted by mos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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