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톱타자 이대형 도루1위 질주… ‘대도’ 노리는 슈퍼소닉

프로 데뷔 후 5년 만에 붙박이 주전 톱타자로 발돋움해 3할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그는 올 시즌 LG 신바람 상승세의 당당한 선봉이다.
#꼬마 육상선수, 야구에 눈 뜨다
100m를 11초에 주파하는 이대형은 어린 시절 육상선수였다. 달리기라면 누구보다 자신있어 초등학교때 육상대회에는 빠짐없이 출전했다. 그러던 어느날 TV로 야구 생중계를 보다 한 선수에게 시선이 꽂혔다. 해태 타이거즈 이종범이었다. 바람처럼 달리고 짜릿한 안타를 뽑아내는 플레이에 11살 꼬마는 마음을 뺏겼다.
“야구가 정말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살던 충남 대천에는 야구부 있는 초등학교가 없는 게 문제였어요.”
매일 밤낮으로 부모님을 붙잡고 광주로 전학보내달라고 떼를 썼다. “그렇게 원한다면 조금만 기다려보라”고 했던 아버지가 어느날 광주로 근무지를 옮겼다. 5학년때였다. 대천에는 왼손잡이 글러브가 없어 제대로 야구 한번 못했는데 광주에는 없는 게 없었다.
#고교 4학년, 투수를 포기하다
중·고교때 이대형은 투수였다. 그런데 변변한 성적을 못 냈다. 1·2학년때 선배들에게 밀려 벤치만 지키다 3학년이 됐는데도 신통찮긴 마찬가지였다. 그대로 졸업하면 ‘갈 곳이 없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1년 더 다녔다.
“막다른 골목길에 다다른 기분이었어요. 고민 끝에 ‘빠른 발을 살려야겠다’고 마음먹고 투수를 포기했어요.”
투수 대신 중견수로 자리잡으면 적어도 프로 2군에는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야구를 다시 시작했다. 투수때는 선배 그늘에 가려 제대로 못 뛰었는데 중견수가 되니 매일 훈련하며 빠짐없이 경기에 나갈 수 있었다. 실력도 늘고 자신감도 얻었다. 중견수가 되고나서 처음으로 전국대회 우승을 맛봤다. 그리고 LG로부터 2차 지명을 받았다. 유급을 하면서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았다.
#소심한 O형, 김재박 감독을 만나다
혈액형이 O형인데 지독히 내성적이다. 미니홈피에 비방 글이 올라오면 크게 상처를 받았고 결국 홈피를 없앴다. 소심한 성격을 감추려고 겉으로 잘 웃고 소탈한 척했다. 그러다가 김재박 감독을 만났다. 김감독은 이대형에게 “전쟁터에서 총들고 웃는 사람은 없다”며 “투수와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강한 눈빛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감독은 전지훈련 중에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대형에게 육두문자를 큰 소리로 외쳐보라고 시켰다. 이대형은 김감독의 마음을 읽었다.
“이젠 나름대로 카리스마를 갖게 됐어요(웃음). 그라운드에서 집중력이 더 높아진 것 같습니다. 전보다 방망이도 더 잘 터지고요.”
#프로 5년차, 도루왕 향해 ‘훔친다’
이대형은 ‘듀라셀’ 배터리 광고 속 주인공 ‘토끼’를 닮았다. 빠른 발과 지칠줄 모르는 체력은 둘째가라면 서럽다. 이대형의 배터리 충전은 어머니가 지어주신 가물치 보약이다. 매일 아침·저녁 가물치를 먹고 힘을 낸다.
28일 현재 도루 25개를 성공해 이 부문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대형의 ‘올 시즌 최고’ 도전 뒤에는 숱한 상처가 가려져 있다. 중견수가 되고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새 살이 돋아본 적 없는 오른쪽 무릎. 슬라이딩하다 까진 팔·다리 상처는 이제 감각을 잃었다. 그래도 좋다. 몸이 부러지고 으스러지지 않는 한 계속 베이스를 훔치고 싶단다. 얼마전에는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 예비 엔트리에 뽑히는 기쁨도 누렸다.
“국가대표가 됐으니 더욱 열심히 뛰어야죠. 도루왕이 되는 게 목표예요. 타율도 3할대를 유지하면 더 좋겠지요. 물론 부상 없이 주전을 지키는 건 기본이고요.”
〈글 임현주·사진 김문석기자 korearu@kyunghyang.com〉
■이대형은
▲생년월일=1983년 7월19일
▲체격=1m84·78㎏
▲학력=광주 서림초-무등중-광주일고
▲2003년 LG 입단
▲수상=대통령배·청룡기·황금사자기 도루왕(2002년)
▲올시즌(2007년) 성적(27일 현재)=타율 3할(13위), 70안타(공동 6위), 38득점(공동 4위), 25도루(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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